교인인데 우울증에 시달려요. 도와주세요
이 상담 내용은 지난 5월 우리 교회에서 세미나 강사로 오셨던 채규만 박사(한국심리건강센터장,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기고문에서 가져왔습니다. 기독교는 전인적(육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그 동안 사회는 육체적 건강을, 교회는 영적 건강에 치우쳐 정신적 돌봄의 중요성을 간과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요즘 한국에서는 오은영박사의 신드롬까지 일어날 정도입니다. 그만큼 아이나 어른이나 정신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특별히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에게 우울증은 매우 심각하기에, 채박사님의 우울증 상담을 통해 우리도 도움을 받기를 기대합니다.
질문: 저는 40대 남자이면서 가장입니다. 우울증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하루종일 우울하고 불면증도 있습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의욕이 없으며, 직장을 구했어도 초기에는 열심히 일을 하는데, 조금 지나면 쉽게 지치고, 싫증이 나서 그만 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을 하고 있기에 아내에게도 떳떳하지 못하고 많이 힘듭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차라리 조용히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우울증에 관한 정보를 얻어서 증상 원인 등에 관한 정보는 잘 알고 있지만, 저에게 적용하는 것이 잘 안 되네요. 참고로 저는 모태 신앙을 가지고 교회에 다니는데요, 교회에서는 마귀 때문에 제가 힘들다고 하는데, 교회의 가르침이 저와 같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네요. 우울증을 심리학적 신앙적인 면에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려 주세요.
답변: 우선 직업에 적응하기가 어려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저하되어 자살 생각까지 스쳐 지나가시는 것을 들으니까 아주 힘드실 것 같네요. 특히 40대에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좌절감이 많으실 것 같네요. 또한 아내의 수입으로 가정 경계를 꾸려 나가시는 경우에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기에 더 우울하실 것 같아서 사연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교회에서 자신의 문제를 마귀 때문이라고 하셨을 때 내가 마귀에 의해서 조정을 당하는가 하는 생각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첫째: 중세 기독교에서는 정신과적인 심리적인 문제나 증상을 마귀의 작용으로 간주한 역사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망상을 보고, 귀에서 환청을 듣고, 자신들의 생활 관리를 잘 못하는 경우에 귀신들렸다고 표현했습니다. 중세에는 사람들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으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은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정신분열증은 유전적인 요소가 강하고 두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과다 분비가 가장 큰 원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이중적인 메시지를 주거나, 비난과 비판을 많이 받고 성장했기에 환자 자신도 자신을 비난하고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많아서 정신과적인 병으로 발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울증 역시 두뇌에서 세로토닌의 결핍으로 인해서 기분이 저조합니다.
그리고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하지만,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관점과 왜곡된 사고를 변화시켜 주면 우울증에서 회복이 됩니다.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영적인 원인으로 돌리게 되면, 자신의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이 사라지고, 영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고, 또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녀 사냥식으로 접근하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제 신앙인들의 정신적인 문제는 생물학적, 개인적, 사회적, 그리고 하나님과의 영적인 문제들의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균형있는 견해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다음 주에 계속).